독서교육소식

6세 때 '딥 러닝' 뇌 거의 완성.. 선진국, 어릴 때부터 독서운동
2016-07-08 17:40:32

지난 5일 오전 영국 런던 레인즈파크 동네 도서관. 머리가 하얗게 센 잉가 브로켓(Brockett)씨가 그리스 신화 책을 한 권 뽑아들더니 여섯 살짜리 소녀 미나(Mina)에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 퇴임한 뒤 8년째 책 읽어주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요." 그는 "이 나이 또래 아이들에겐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들여주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영국뿐 아니다. 미국에선 신생아부터 11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는 기본(Reading is Fundamental)' 프로그램 등을 통해 책을 선물하거나 책을 읽어준다. 프랑스에서도 0~3세 영·유아와 가족들 대상으로 책 읽기 요령을 알려주는 '첫 페이지(Premieres Pages)' 등 독서 교육 활동이 풍성하다. 주요 선진국에선 '독서 전쟁'이라 불릴 만큼 어린아이들이 책을 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뇌의학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진국의 영·유아와 어린이 대상 독서 교육을 두고 인간의 뇌를 모방해 탄생한 알파고(AlphaGo)의 딥 러닝(deep learning·인공기계학습)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 책 읽어주기와 책 읽기가 인공지능의 딥 러닝 과정처럼 인간의 뇌를 자극해 상상력과 창의성이란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12세까지가 독서 습관 들일 '골든 타임'

어린 시절 책 읽기가 중요한 것은 영·유아 때 인간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생체학자 스카몬(Scammon)의 성장곡선에 따르면 갓난아기의 두뇌 중량은 성인의 25% 수준이지만 1세가 되면 50%, 3세 땐 75%, 6세까지 성인 중량의 90%에 도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결정적인 시기'라 부른다. 인공지능이 딥 러닝하듯 5~6세까지의 영·유아에게 책을 접하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신시내티 어린이병원의 존 휴튼 박사팀은 부모가 3~5세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줬을 때 아이들의 청각과 시각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좌뇌 속 일정 부위(두정·측두·후두엽)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책을 보지 않고 부모의 책 읽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각 관련 뇌 부위가 활성화됐다는 뜻으로, 마음속으로 이미지를 상상하는 뇌 활성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유아들이 인간판 '딥 러닝'을 하고 있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미국에선 심지어 "갓난아기에게도 책을 읽혀야 한다"는 주장(미국 소아과학회)까지 나온다. 미국 소아과학자 페리 클라스는 "책을 많이 읽어줄수록 더 많은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고 결국 뇌를 창의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국에선 아기를 출산한 뒤 산모의 가정에 방문하는 간호사를 통해 책 선물을 해주는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이 유명하고, 미국에서도 미국판 '북스타트' 운동인 'ROR(Reach Out and Read)' 운동을 펼친다. 미국 보스턴의대 소아과 의사들이 시작한 이 캠페인은 만 6개월부터 5세까지 소아과를 찾은 아이들에게 단계별로 알맞은 책을 골라주고 부모에게 책 읽어주는 법을 설명해준 뒤 책을 나눠주는 것이다.

·유아기뿐 아니라 전() 연령에 걸쳐 독서는 중요하지만, 특히 뇌의 외형적 발달이 거의 완성돼 성인과 같은 수준이 되는 만 12세 무렵(스카몬 성장곡선)까지는 독서 습관을 꼭 들여야 할 '골든 타임'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심영면 삼각산초교 교장(책읽어주기운동본부 이사장)"초등학생 때까지 책을 많이 접하지 못하면, 어휘력이 달려 책을 더 멀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과 경쟁할 세대들, 독서가 필수

최근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마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간은 독서와 같은 학습 과정을 통해 인간 고유의 딥 러닝을 해야 미래에 살아남을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대표적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현재 초·중학교 학생들은 미래에 어쩌면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큰데 이들을 인공지능이 도달할 수 없는 창의적·감성적 분야의 인재로 키우는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알파고가 인간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받아들인 방대한 정보를 흡수만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수없이 가상 대국을 펼쳐보는 '셀프 시뮬레이션'을 했기 때문"이라며 "인간은 인공지능이 가상 대국하듯 고전(古典) 등 책 읽기를 통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사고를 넓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곤 경북대 컴퓨터학부 교수 역시 "인간이 인공지능에 비해 탁월한 것은 시각뿐 아니라 오감을 통해 방대한 자극을 받아들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장점을 살리기 위해선 독서를 통한 뇌 발달이 필수"라고 말했다.

딥 러닝(deep learning)

인공지능이 사진과 같은 외부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의미를 찾는 학습 과정. 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컴퓨터에 수천만 장의 개와 고양이 사진을 입력한다. 1단계에서는 사진 밝기만 구별하고, 2단계에서 윤곽선을 구별하는 등 수십 단계를 거치면 점점 복잡한 형태를 구분할 수 있게 되고, 나중에 고양이 사진을 보고 이를 자동으로 '고양이'로 분류한다. 인간의 뇌에서 이뤄지는 정보 처리 과정을 모방했다. 신경망이 깊으면 깊을수록, 다시 말해 학습 단계가 세분될수록 인공지능의 성능이 향상되기 때문에 '딥 러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파고의 바둑판 인식 딥 러닝은 48단계 인공신경망을 사용하고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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